흉기 소지 또는 2인 이상 합동 범행 시 성립하는 특수강간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2명이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고 판결이 확정됐다. 사건의 유일한 직접 증거였던 고소인 진술의 신빙성이 법정 증인신문 과정에서 무너진 것이 결정적이었다.

피고인측 변호인에 따르면, 두 피고인은 수사 단계에서 다른 법무법인을 선임해 무혐의를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재판에 넘겨진 뒤 변호인을 교체했다. 특수강간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법정형이 높아 혐의가 인정될 경우 실형 선고 가능성이 크다. 변호인 측은 "실무상 특수강간 유죄 사건은 5년 안팎의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아, 유죄면 실형이고 무죄가 아니면 벗어날 길이 없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폭행·협박, 공모 여부… 모두 고소인 진술에만 의존

변호인은 기소 직후 수사기록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특수강간 성립의 핵심 요건인 폭행·협박의 존재와 공모 여부가 모두 고소인 한 사람의 진술에만 기대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그런데 고소인은 사건의 순서, 장소, 행위 주체 등 핵심 사실관계에 대해 조사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진술을 번복했고, 번복 경위에 대한 합리적 설명도 내놓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변호인은 진술의 모순을 서면으로 지적하는 대신 고소인을 법정에 직접 세워 재판부가 이를 확인하도록 하는 전략을 택했다. 고소인의 최초 진술부터 단계별로 분석해 사실관계 확인을 넘어 진술 구조 자체의 모순을 드러내는 질문을 설계했다는 것이 변호인 측 설명이다.

늦은 저녁까지 이어진 증인신문… 재판부 "끝까지 질문 허용"

1심 증인신문 기일에서 고소인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반복하며 신문에 성실히 응하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은 신문을 서둘러 마무리하지 않았고, 재판부 역시 질문을 제지하지 않고 끝까지 진행을 허용했다. 통상 오후 6시 이후 공판이 진행되는 일이 드문 법원 실무를 고려하면, 당일 증인신문이 저녁 늦게까지 이어진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 공소장 변경 2회·피고인신문 진행했지만… 항소심도 무죄

검찰은 즉시 항소했다. 항소심에서 검찰은 공소장 변경을 두 차례 신청하고 피고인신문까지 진행하며 다섯 차례에 걸쳐 공판을 이어갔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고소인 진술의 근본적인 신빙성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고 보고 1심과 같은 결론을 내렸고, 무죄가 확정됐다.

변호인 측은 현재 피고인들을 대리해 형사보상청구와 함께 고소인을 상대로 한 무고 고소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변호인은 “1심 증인신문에서 고소인의 진술을 직접 들으면서 무죄로 끝나서는 안 되는 사건이라고 판단했다”며 "허위 고소가 한 사람의 삶을 얼마나 무너뜨릴 수 있는지 절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죄명이 무거운 사건일수록 막연한 두려움에 위축되거나 억울함에 감정적으로 대응하기 쉽지만, 결과를 바꾸는 것은 기록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치밀하게 설계된 전략"이라며 "기소된 이후라도 기록에서 다툴 지점을 정확히 찾아낸다면 판결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