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진 연인에게 수차례 연락한 혐의로 스토킹처벌법상 가장 무거운 잠정조치인 '유치' 청구를 받았던 피의자가 법원 심문 끝에 구금을 면했다. 법원은 검사의 유치 청구를 기각하며 "행위자에 대한 심문 결과 유치의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피고인 측 변호인에 따르면 피고인 A씨는 오래 교제한 연인과 헤어지는 과정에서 마음을 정리하지 못하고 몇 차례 전화와 메시지로 연락한 것이 문제가 됐다. 상대방을 직접 찾아가거나 위협한 사실은 없었으나, 이별 후의 반복 연락은 스토킹행위로 평가될 수 있는 행동이었다.
사건은 이후 공교로운 사정이 겹치며 커졌다. 수사 과정에서 법원의 결정이 있었지만 A씨는 연락처가 바뀌어 이를 제때 전달받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수사기관의 연락을 회피한 것처럼 비쳐졌다. 검사는 결국 스토킹처벌법 제9조 제1항 제4호에 따른 유치를 청구했다. 유치는 최대 한 달간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신병을 수용하는 조치로, 사실상 구속에 준하는 처분으로 평가된다.
"출석 안 하면 안 되느냐" 묻던 의뢰인… "피할 일 아니다" 설득
피고인 측 변호인은 "의뢰인이 처음 전화 상담을 요청했을 때부터 몹시 겁에 질려 있었고, 심문기일을 하루 앞두고 '구속될 것 같은데 출석을 안 하면 안 되느냐'고 물을 정도였다"며 "절대 피할 일이 아니며 법정에서 사정을 제대로 소명하면 유치만큼은 충분히 면할 수 있다고 설득해 다음날 함께 심문에 출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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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은 심문기일에서 네 가지 사정을 중심으로 소명했다.
첫째, A씨가 이별 후 거듭 연락해 상대에게 불안과 고통을 준 점, 수사기관의 연락에 응하지 못한 점을 변명 없이 인정하고 깊이 반성하고 있으며, 석방 이후로는 상대방에게 일절 연락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문제가 된 법원 결정은 A씨가 조사를 받은 뒤에야 알게 된 것으로, 결정을 알면서 고의로 거부한 것이 아니라 연락이 닿지 않아 전달받지 못한 것이라는 경위다.
셋째, 이 사건에서 문제된 위험은 '접근'이 아닌 '연락'에 그쳤다는 점이다. A씨의 행위는 전화와 메시지에 한정됐고 상대방을 찾아간 사실이 없는 만큼, 나머지 잠정조치만으로도 피해자 보호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 구금이라는 가장 무거운 수단까지 동원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였다.
넷째, A씨가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는 구체적 정황이다. A씨는 당시 부모 곁으로 들어가 함께 생활하며 수사관의 연락에 빠짐없이 응하고 있었고, 스스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예약하는 한편 재발 방지를 서약했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특히 의뢰인이 부모와 함께 지내며 돌봄을 받고 있다는 점을 비중 있게 전달했는데, 이것이 재범 우려를 낮추는 실질적 사정으로 받아들여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법원 "유치 필요성 인정되지 않는다"… 재판부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
법원은 심문 끝에 검사의 유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구금을 피하고 일상과 생계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A씨의 사정을 끝까지 들은 뒤 "앞으로는 그러지 말라"는 당부를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될 사건은 아니었고, 공교로운 사정들이 겹쳐 눈덩이처럼 불어난 경우"라며 "이런 사건일수록 겁을 먹고 피하거나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제때 법정에 나가 사정을 제대로 소명하는 것이 결과를 가른다"고 말했다.
이어 "마음이 많이 약해진 시기에는 가족 곁에서 함께 지내는 것이 생각보다 큰 힘이 된다"며 "이 사건에서도 의뢰인이 부모와 함께 생활하며 다잡아 가고 있다는 사실이 긍정적 사정으로 작용한 만큼, 힘든 시기를 지나는 분들은 혼자 버티기보다 가족 가까이에서 지내시길 권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