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2026년 10월 1일 선고한 2024다279324 임금 사건에서 택시회사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인지 여부를 다뤘다. 정액사납금제 하에서 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것을 회피하기 위해 사용자가 소정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산정되는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상 액수를 증가시키려는 목적으로 택시운전근로자 노동조합과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 변경 없이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하기로 합의한 경우, 이러한 합의는 강행법규를 잠탈하는 탈법행위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다만, 이러한 탈법행위 해당 여부는 합의 무효를 주장하는 측에서 증명해야 한다. 근로기준법상 소정근로시간은 노사 간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정할 수 있으므로,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효력을 탈법행위 등으로 부정하려면 최저임금제도의 실질적 잠탈 여부 등 관련 사정을 엄격히 판단해야 한다.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이 실제 근로시간과 상당한 불일치가 없으면 합의 효력을 부정하는 데 신중해야 하며, 실제 근로시간과 소정근로시간은 개념적으로 구분되어 반드시 일치할 필요는 없다.
소정근로시간 단축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 적용 회피인지 판단할 때는 합의 경위와 시기, 단축 전후 임금과 최저임금 차이, 실제 근로시간과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의 불일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특히 단축 비율, 빈도, 급격성 및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이 통상적인 1일 근무시간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 상당한 불일치가 있다고 본다. 그러나 단축 합의 전부의 효력을 일률적으로 부정하지는 않는다.
사건 피고는 청주시 소재 택시회사로, 원고는 2016년 1월부터 2017년 1월까지 택시운전근로자로 근무하며 정액사납금제로 임금을 받았다. 2010년 7월 1일 최저임금법 특례조항 시행 이후 피고는 노동조합과 1일 소정근로시간을 6시간 50분에서 2010년 6시간, 2015년 4시간, 2018년 3시간 20분으로 순차 단축하는 합의를 했다. 원고는 이 합의가 탈법행위로 무효라 주장하며 최저임금 미달액과 미지급 퇴직금을 청구했다.
원심은 실제 근무 형태나 운행시간에 변동이 없는데도 소정근로시간을 줄인 점 등을 근거로 2010년과 2015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를 탈법행위로 보고 무효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단축 비율, 빈도, 급격성 및 단축된 소정근로시간이 통상적인 1일 근무시간으로 보기 어려운 정도에 이르지 않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탈법행위에 해당한다는 충분한 증명이 없다고 판단했다. 또한 2018년 최종 단축된 3시간 20분 소정근로시간이 실제 근로시간과 상당한 불일치가 있을 여지가 크다는 점을 들어 이전 합의 효력을 일률적으로 부정할 수 없다고 봐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했다.
이번 판결은 택시회사와 노동조합 간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의 법적 효력과 최저임금법 적용 회피 여부 판단에 중요한 기준을 제시했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실제 근로시간과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 여부와 합의 목적의 적법성을 엄격히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는 택시업계 근로조건 개선과 최저임금 준수 문제에 있어 법적 안정성을 높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