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와 합의해 처벌불원서를 받았더라도 안심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피해자가 이후 마음을 바꿔 처벌불원 의사를 철회하고 엄벌 탄원서까지 제출하는 사례가 실제로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제출된 처벌불원서를 철회할 수 있는지, 철회될 경우 감경 효과가 사라지는지를 두고 피고인 측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처벌불원서의 철회 가능 여부는 죄명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두 가지 경우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

먼저 폭행이나 협박, 명예훼손처럼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의 경우다. 형사소송법 제232조는 처벌불원 의사를 1심 판결 선고 전까지 표시할 수 있도록 하면서, 한 번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 사람은 다시 처벌을 구하는 의사를 표시할 수 없도록 정하고 있다. 친고죄에서 고소를 취소한 뒤 다시 고소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구조다. 

따라서 피해자가 자발적이고 진지하게 처벌불원 의사를 밝힌 이상, 이후 마음이 바뀌어 엄벌 탄원서를 제출하더라도 그 철회는 법적 효력이 없고 법원은 공소기각 판결을 하게 된다.

문제는 그 밖의 사건이다. 2013년 친고죄 규정이 폐지된 대다수 성범죄를 비롯해 반의사불벌죄가 아닌 사건에서는 처벌불원서가 소송 조건이 아니라 양형 자료로 기능한다. 

이 경우 피해자가 선고 전에 의사를 번복하면 재판부는 이를 양형에 반영한다. 감경 요소로 고려되던 처벌불원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피해자가 왜 마음을 바꿨는지 그 경위까지 재판부의 판단 범위에 들어오게 된다.

특히 철회의 원인이 피고인 측에 있는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 합의 과정에서 피해자를 압박했거나 합의 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정황, 피해자와의 약속을 어긴 사정이 드러나면 단순히 감경 사유를 잃는 데 그치지 않고 재판부의 신뢰까지 잃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

반면 피해자의 감정적 변화에 따른 철회라면 재판부는 최초 처벌불원 당시의 경위와 현재 철회의 맥락을 함께 살핀다. 

 처벌불원서가 자발적이고 진지하게 작성된 것이었음을 변호인이 충분히 소명한다면, 철회 이후에도 합의와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이 양형에 일부 반영될 여지가 있다.

변호인을 통해 합의를 마치고 처벌불원서를 받은 상황이라면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피해자가 의사를 번복하고 엄벌 탄원서를 내더라도 그 상황에 맞는 대응 전략으로 처벌을 최소화할 방법을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