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2026년 9월 23일 선고한 2025다213197 손해배상 사건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이하 개정 과거사정리법) 부칙에 따른 소멸시효 특례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했다. 개정 과거사정리법은 2026년 2월 5일 법률 제21330호로 전부 개정되어 2월 26일부터 시행됐다. 이 법 제61조는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사건으로 발생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해 민법과 국가재정법의 소멸시효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부칙 제5조는 법 시행 당시 이미 진실규명결정을 통지받은 희생자, 피해자 또는 그 유족의 손해배상청구권에도 이 규정을 적용하며, 시행 전에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경우에도 시행일부터 3년 내에 다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대법원은 이 법 조항들이 과거 반민주적·반인권적 행위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 미흡했던 점을 반성하고, 소멸시효 완성으로 청구가 기각된 경우에도 피해자들이 다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임을 밝혔다. 이에 따라 법 시행 이전에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피해자들은 소멸시효 완성으로 청구기각 확정판결이 있더라도 법 시행일부터 3년 내에 다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법리는 시행 당시 소송이 계속 중인 사건에도 적용된다. 사건의 구체적 내용은 1949년 7월 경찰의 위법한 직무집행으로 총살당한 희생자의 유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소멸시효 완성으로 패소 판결을 받았으나, 이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을 받은 후 다시 동일한 내용으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사례다. 원심은 선행 사건의 확정판결 기판력이 이번 사건에 미친다고 판단해 청구를 기각했으나, 대법원은 부칙 제5조 단서에 따라 동일한 청구원인 사실로 다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고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이번 판결은 과거사 피해자들의 권리 구제를 강화하고, 소멸시효 완성으로 인한 불이익을 해소하는 중요한 법리 기준을 제시했다. 앞으로도 진실규명과 피해자 구제에 관한 법적 안정성과 실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